역내청

[하야하치] 장난

무인중 2017. 3. 15. 23:15
*컬러버스AU




"하야마, 뭐가 보이냐?"

"남의 눈을 가리고선 무슨 말을 하는거야, 히키가야."

"이게 바로 네 앞길이다."

"... 하하,  아주 깜깜하네."



히키가야가 갑자기 뒤에서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리더니 별 시덥잖은 장난을 쳤다. 역시 히키가야, 내가 싫은 걸까. 딱히 아닐 이유는 없었지만 조금 슬퍼지려고 했다. 대뜸 남의 앞길 보고 깜깜하다고 하다니, 아무리 나라도 조금은 상처 받았을 지도, 라며 그와 다를 것 없이 혼자 따분하게 생각하다 "깜깜하네," 하고 장난을 받아줬다.

히키가야의 장난을 받아친 후에도 그는 한참동안 손을 치우지 않았다. 어정쩡하게 서있어서 그런지 불편함을 느끼고 그의 손에 내 손을 뻗으려는 순간 히키가야는 자신의 손을 내려놓았다. 축축하고 뜨뜻한 느낌이 내 두 눈두덩이에 남은 것 같았다. 눈을 비비고 살짝 떴을 때, 히키가야가 다시 물었다.



"지금은, 뭐가 보여?"



내가 다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아직, 깜깜한 걸."



난 히키가야와 개그코드가 맞지 않았던 건지 그의 미적지근한 농담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난 장난스럽게 보복하는 척 히키가야의 두 눈에 그보다 조금 더 크고 어쩌면 더 투박할 내 두 손을 얹었다. 이상하게도 히키가야의 두 눈에 손을 갖다댔을 때 그의 눈꺼풀에선 내 눈을 만졌을 때 느꼈던 감촉이 느껴졌다. 축축하고 뜨뜻한 히키가야의 눈꺼풀.

아무도 없는 복도는 시리도록 조용했다. 그 정적 속에선 누군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히키가야가 나에게 장난을 쳤을 때처럼 어정쩡한 자세로 말 없이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분량 놀랍지 않나요..? 한 장면만 상상했고 썰을 그냥 말로 푼 것일 뿐이다. 히키가야와 하야마 모두 무자각 상태의 잿빛 세상을 보고 있다. 히키가야는 하야마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하야마의 마음이 성립되지 않아 여전히 잿빛 생활 중. 야자 시간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핫,.. 컬러버스 개짱인데 누가 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