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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청

[하야하치] 몽고반점

무인중 2017. 6. 10. 22:03
*---로 나뉩니다만 이어지게 쓰려다가 안 이어져서 나눈 것이니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한강의 몽고반점을 읽고 하야하치 망상에 빠졌습니다,,, 글 내용이 마무리 되지 않아요,,, 마무리할 생각도 없구요,,, 그냥 생존확인 정도로 올리겠습니다,,, 나도 빨리 하야하치 맘 편히 파고 싶다,,, 공백 제외 2214자,,,

 

 

 

 

히키가야의 왼쪽 엉덩이에는 조그마한 푸른 꽃잎 한 장이 살포시 앉아있다. 그가 위아래로, 좌우로 흔들릴 때 같이 춤을 추는 푸르죽죽한 색의 꽃잎이다. 화방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캔버스 위로 붓을 움직이는 그의 손에 작고 얇은 몸집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눈을 감고 히키가야의 뒷모습을 보자, 그와 같이 옷 속에 혼자 남아 살랑살랑 춤을 추는 푸른 꽃잎이 보였다. 너무나도 퇴폐적이고 어린 움직임에 죄책감과 동시에 묘한 흥분감을 느꼈다. 나는 화방에서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감추듯 엉거주춤한 자세, 그 꽃잎에 대한 욕구가 모조리 몰린 그것을 감추는 자세로 말이다.

 

 

 

 

---

언젠가 토베에게 별로 관심이 없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야마, 그거 알아? 내가 어제 샤워실에서 히키타니를 봤는데···”

 

 

일상의 가십거리에 잘 흔들리는 토베인데 과내에서 혼자 지내는 히키가야의 이야기를 여태껏 왜 안 꺼내나, 기다리기도 했다. 그가 나에게 말을 꺼냈을 때 난 과제의 자료를 찾느라 전공 서적을 뒤지는 중이었고 후폭풍을 감안해 듣는 척을 했지만 거의 한 귀로 흘려버렸다. 토베는 미적지근한 나의 반응에 질렸는지 다른 아이에게 가십거리를 풀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났을 때 나는 조금 얼어있었던 것 같다. 토베가 떠나기 바로 전 했던 이야기 때문에. 거울을 보니 얼굴이 심각하게 구겨져 있었다.

 

 

‘걔, 왼쪽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었다? 몽고반점 알지? 히키타니군, 완전 어린애 아니야~’

 

 

토베가 떠난 후 나의 눈에 자료는커녕 그의 엉덩이의 몽고반점만이 차오르는 듯했다. 조금 민망하기도, 음란하기도 한 자세의 히키가야가 엉덩이를 쭉 빼고 자신의 꽃잎을 자랑하려는 한 폭의 장면이 내 눈앞을 가로막았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 심지어 같은 과 학생의 나체를 상상하고 이상한 생각을 해버린 자신에게 심한 혐오를 느꼈고 그 와중에 다른 한편에는 ‘몽고반점은 어릴 때 남아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의 엉덩이도 어린아이처럼 부드러운 느낌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이지, 끝까지 더러운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보지도 않은 그의 작은 몽고반점 하나로 처음 알게 되었다.

 

 

 

---

며칠 동안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사람을 더 피해 다녔다. 그가 나를 볼 리가 없을 터인데 나 혼자만의 죄의식에 둘러싸여 차마 그를 볼 수가 없었다. 근 자체 휴강을 한 나는 살짝 미쳤었는지 ‘이렇게 힘들어할 거면, 그냥 한 번 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히키가야가 화방에 홀로 남아있을 시간에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걸어갔다. 화방에 들어서자 보인 것은 히키가야의 얇은 뒷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멍하니 쳐다보다가 주먹을 쥐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누가 봐도 이상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저기, 히키가야.”

“...”

“너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바디페인팅에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 그래서”

“그, 보여줄 수 있을까.”

 

 

바디페인팅에 관심이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변명이었다. 히키가야는 빈 눈으로 나를 쓱 쳐다보더니 그 자리에서 바지를 훌렁 내렸다. 나는 그의 대담함에 놀랐고 내가 부탁했으면서 주위에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히키가야의 몸을 막아섰다. 히키가야의 엉덩이를 눈으로 직접 마주했다. 토베의 말대로 그의 왼쪽 엉덩이 한 곳에 푸른 자욱이 남아있었다. 그 자욱은 마치 푸른색의 꽃잎 같아서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천천히 손을 그 꽃잎에 가져가 살짝 꾹, 하고 눌러보았다. 그의 엉덩이는 생각보다 다부졌고 말랑말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을 감싸는 그의 살결에 몇 번이고 꽃잎을 눌렀다.

 

 

“윽...”

“아, 미안. 정말 미안해, 히키가야. 이제 그만 옷을 입어도 돼.”

 

 

나는 그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내가 해소하고 싶었던 욕구와 궁금증을 마구 표출해냈다. 그것을 의식하기까지는 꽤나 걸렸다. 혹여나 그에게 기분 나쁜 행동이었다면 뺨을 맞고 쫓겨날 준비를 하고서 히키가야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헛소리인 듯 헛소리 아닌 진심을 담아 말을 흘려보내버렸다.

 

 

“히키가야, 내 캔버스가 되어줘.”

 

 

올려봤던 그의 얼굴은 그에게서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색채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붉게 물든 그의 뺨, 꽉 물고 있어 핏기 가신 노란 입술 끝, 눈물을 머금은 듯 살짝 투명해진 그의 푸른 듯 검정색인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그의 푸른 몽고반점과 어우러져 화려한 화병을 보는 듯했다. 그는 내 말에 바지를 입지 않은 채 어디론가 가더니 팔레트와 자신이 쓰던 붓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캔버스 앞 의자에 앉았다. 무언의 대답인지, 그저 무시인지 헷갈렸다. 히키가야가 멍하니 앉아있는 것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짜증나는 얼굴로 쳐다보자 그제서야 긍정의 답을 알아듣고 바닥에 앉아 붓에 물감을 묻히기 시작했다. 물감으로 색을 만들다 말고 일어서서 제대로 화방의 문을 잠그고서는 바보 같은 부탁을 했다.

 

 

“미안한데 상의도 벗어줄 수 있을까...”

 

 

---

히키가야의 몸에 차가운 물감이 묻은 붓을 가져다댈 때, 나는 기존의 그림을 그렸을 때와 다른 감정이 솟구쳤다. 창조감이 아닌 짐승처럼 들끓는 성욕 같은 더러운 감정. 창백한 히키가야의 피부와 대조되는 강한 색으로 꽃을 채워나갔다. 꽃잎을 한 장 한 장 그릴 때마다 위아래로 피가 몰리고 침이 뜨거운 목구멍 사이로 끈적끈적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다 말고 고개를 수어번 흔들고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다시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반복했다.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목덜미에서부터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주와 빨강의 반쯤 열린 꽃봉오리들이 어깨와 등으로 흐드러지고, 가느다란 줄기들은 옆구리를 따라 흘러내렸다. 오른쪽 엉덩이의 둔덕에 이르러 자줏빛 꽃은 만개해. 샛노란 암술을 도톰하게 내밀었다. 몽고반점이 있는 왼쪽 엉덩이는 여백으로 남겼다. 대신 그 푸르스름한 점 주변으로 그보다 흐린 연둣빛을 큰 붓으로 깔아, 연한 꽃잎 그림자 같은 반점이 도드라지게 했다.

-한강, 채식주의자 中 몽고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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